텍사스 홀덤 방식에는 대표적으로 2가지 게임 방식이 있다.
토너먼트 방식과 링게임 방식이다.
이 두가지 게임은 승패의 게임룰은 똑같지만, 게임스타일이 확연히 다르기 때문에 잘 고려하여 플레이해야 한다.
토너먼트는 전에 말했듯 최후의 1인이 나올 때까지 승부를 겨루는 게임이다.
돈을 주고 리바이인이 허용되는 게임도 있고, (리바인은 보통 일인당 한 번을 한다)
첫 바인 이후 칩스가 올인되면 리바인할 수 없이 탈락되는 게임도 있다.
토너먼트의 가장 큰 맹점은 칩을 긁어모으는 것이 아니다.
맹점은 '얼마나 오래 동안 살아 남는가?'하는 것이다.
10명이서 하는 게임이든, 20명이서 하는 게임이든
토너먼트는 1등에 가까워지는 것이 목적이다.
(보통, 1,2,3 등 정도에 시상금이 주어지는 것이 관례이다.)
칩이 많고 적음은 크게 의미가 있어 보이지만 사실, 등수를 가리는데 크게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다.
숏스택(칩스가 적은 플레이어)이 세계대회에서 우승하는 경우를 너무나 많이 보았고,
나 역시 스몰-빅 블라인드가 20-40일 때, 남은 칩스가 200도 채 안 되는 상황에
남아있는 이들은 여섯 명, 그들의 평균 칩스는 대략 8~900, 칩리더는 1500 넘게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우승을 했던 적도 있었다.
요컨대, 칩스가 적으면 플레이의 압박을 느낄 수 있지만, (칩리더의 횡포, 블라인드 스틸 등의 기술 등)
이것이 절대적으로 게임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숏스택의 플레이 방식은 오직 하나, 올인 플레이 뿐이다.
실제로 어떤 날은 나를 포함하여 4명이 남았고, 스몰-빅 블라인드가 100-200이었다. 거의 파이널 분위기였다.
내 칩스는 200, 버튼 자리였고, 다다음 판이면 나는 자동적으로 빅블라인드를 지불함으로써 억지로 싸움을 해야했다.
그렇다면 기회는 이번 판을 포함하여 3판이 남은 것이다.
액션자리의 플레이어가 400으로 레이즈를 했다. 그의 칩스는 1200정도, 위치는 블라인드 스틸을 하기도 괜찮았다.
내 핸드는 2-4옵수트;; 미련없이 던져버리고, 이제 2번 남았구나 하고 생각했다.
그 순간, 스몰 자리의 칩리더인 아는 형님이 3000정도의 칩스를 숨도 안 쉬고 다 밀어넣었다.
그는 평소, 매우 공격적인 플레이어였고 칩리더가 되어 마구마구 판을 흔들고 있는 중이었다.
응? 하는 순간.
칩리더의 횡포에 지친 탓일까. 빅블라인드의 숏스택도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올인을 했다.
그는 빅 블라인드 200을 내놓은 상태였고, 남아있는 칩스는 400밖에 없었다.
처음 레이즈를 했던 액션자리의 플레이어는 엷게 신음소리를 내더니, 장고 후에 800 올인을 했다.
그 때, 2명을 올인 싸움으로 유도했던 칩리더 형님이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나에게 이런 말을 했다.
"2등 할래? 내가 너 2등 시켜줄까??"
그렇다. 내가 칩이 200남아도, 이번에 그 칩리더가 2명을 올인시키면 나는 자동적으로 살아남는 것이다.
그러면서 씩씩하게 오픈하는 그의 카드는 3파켓;;;; 헐?? (난 그의 핸드가 Q-Q 혹은 K-K인 줄 알았는데...)
빅블라인드는 A-9옵수트였고, 액션 자리 플레이어는 K-Q수트였다.
(4명이서 치는데, 이 정도면 사실, 올인 할 만한 패들이다고 본다. 블라인드가 빨리 돌기 때문에 더 이상 기다릴 수 없는 것이다. 4명이서 칠 때는 A한장, 혹은 그림 두 장이면 어쩔 수 없이 강하게 나가야 한다.)
현재는 일등이지만, 한 마디로 뭐 하나라도, 스치면 날라가는 위태위태한 3페어였다.
그러나, 도박의 신이란 장난을 좋아하는지,
플랍 첫장에 다이먼드 3이 나왔다.
플랍셋(트리플)이 되었고, 게임도 셋이 되었다. 2명이 한꺼번에 올인된 것이다.
그 형님은 나에게 "이래도 니가 나와 승부를 볼 거냐. 나는 5000이고 너는 200이다. 끝까지 할 거냐" 했다.
물론 무리하게 게임을 할 수도 있었고, 희박하긴 했지만, 끝까지 했으면 또 어떻게 될 지 모르는 게 게임이다.
하지만, 나는 웃으며, 2등만 해도 고맙다고 말하고 악수하고, 시상금을 받았다.
홀덤이란 참는자가 이긴다.
기회는 언젠가는 온다고 말했다.
물론 안 올 수도 있다.
하지만 오는 날이 더 많았다.
기회가 왔는데 놓친 날도 물론 있었다.
옆구리 찌르고, 대가리 깨지고, 창자가 쏟아져도 어금니와 아랫입술을 꽉 깨물고 참고 또 참아야 한다.
그래야 기회가 오고, 소소하게 지다가 방심한 상대를 한 방에 보낼 수가 있다.
소소한 팟을 가져오면서 연전연승하다가 한 방에 훅 가는 경우를 너무나 많이 보았다.
가늘고 길게 가는 것이 토너먼트 방식이다.
이것은 우리네 인생과 같다.
박영규 아저씨가 불렀던 오늘도 참는다는 결코 남 이야기가 아니다.
누구나 토너먼트 첫 시작 때는 참으면서 좋은 패로 들어갈 생각을 한다.
하지만, 결코 쉽지가 않다.
숫자와 무관한 수트 카드(무늬가 같은 2장의 카드)의 유혹은 떨쳐내기 힘들고,
K-9, Q-9, J-8 옵수트 등의 키커가 애매하지만 그다지 개 패도 아닌, 스트레이트 비젼의 핸드의 유혹도 참기 힘들다.
한 번씩 들어오는 로우 파켓들, (실제적으로 나 역시 로우 파켓이 들어오면, 꼭 플랍에 셋이 될 거 같은 근거없는 예감이 든다.ㅠ) 하지만, 결국 셋이 되기는 힘들고, 6 이하의 로우 파켓들로 콜을 따고 들어가면, 하이카드들이 도열해있는 플랍을 심심찮게 보게 된다.
계속해서 이런 카드들로 플랍을 보기 위해 블라인드 혹은 레이즈 금액을 자꾸 지불한다면, 숏스택이 되어가고,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블라인드에 말라죽든가, 아니면 견딜 수 없어서 자폭성 올인이라는 댓가를 치뤄야 할 것이다.
전략과 전술이라는 말이 있다.
게임을 시작하기 전에 전략을 짜야 하며,
딜러가 셔플을 할 때, 패를 돌 릴 때,
블라인드가 얼마마다 상승하는지, 지금 내 칩이 얼마만큼 있는지,
평균 칩스가 얼마인지, 칩리더는 얼마인지, 숏스택은 얼마인지,
지금 이 시점에서 얼마만큼의 칩스로 레이즈를 해야 위압을 줄 수 있는지,
나는 이 테이블에서 어떤 이미지를 심어주고 있는지, (타이트한가, 루즈한가)
항상 고민하며, 전략을 세워야 한다.
핸드를 받고 레이즈를 하고, 플랍을 보는 것은 전술에 들어간다.
내 위치가 얼리 포지션인가, 미들 포지션인가, 레이트 포지션인가, 블라인드인가.
위치에 따른 패 역시 전술 방법이 다르다는 것에 동의한다.
가령, 최고의 패인 파켓A도 언더더건(UTG)과 빅 블라인드에서의 전략은 제각각 다른 것이다.
또한 누가 레이즈를 했는지, 그의 스타일은 어떤지 (루즈한 스타일인가, 타이트한 스타일인가)
플랍에 넛츠(NUTS)를 만들었다면, 이제부터 어떻게 해야하는지, 예를 들어 4명이서 들어간 플랍에 내가 스트레이트가 되었다면, 여기서부터 어떻게 운영을 해야하는지, 역전 가능성은 있는지에 대해 고민하는 것도 전술이다.
토너먼트에서는 사실, 전술보다 전략만 잘 짜도 반 이상은 먹고 들어간다.
내가 게임을 하던 곳에서는 매주말 빅토너먼트를 했는데, 3등부터 시상이 주어졌다.
흥미로운 것은 1,2,3등에 드는 사람들은 대부분 그 사람이 그 사람이라는 것이다.
링게임에서 많은 칩스를 따던 사람도 토너먼트에는 실력 발휘를 못 하는 경우를 많이 보았다.
그만큼 루즈하고 지겨운 것도 사실이다.
내가 아는 한 사람은 토너먼트 초반에 왠만한 패가 들어오면 올인싸움을 즐겨하는 스타일이었다.
상대를 계속 긁어서 될 수 있는 한 큰 팟을 만들어서, 초반부터 칩리더가 되려는 스타일이었다.
칩리더가 되면, 매우 공격적으로 플레이하여, 게임을 빨리빨리 진행시키는 스타일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가 오래 살아남는 적은 몇번 없었다.
운이 좋았을 뿐, 계속 하여 운은 따라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살아 남아라.
이것이 토너먼트 게임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메세지다.
I will survival.
시간이 지나면서 옆 자리에 앉았던 사람들이 하나 둘 씩 일어서고,
몇 개의 테이블이 점점 합치면서, 옆 동네였던 새로운 플레이어들과 또 살아남기 위한 경쟁을 한다.
시간은 흐르고, 블라인드는 점점 올라가며, 승부는 가속화되어, 당신은 매순간 집중을 한다.
그러다 어느 새, 당신의 주위에는 아무도 없고, 바로 앞에 한 사람만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면,
그 순간은 환희로 가득찰 것이다.
이것이 토너먼트 게임의 매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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