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4월 2일 월요일

[세븐오디] 7스터드포커, 배팅에관하여

베팅에 관하여 


바둑을 수담(手談)이라고 한다. 즉 서로가 돌을 주고받으면서 대화를 하고 있는 것이다. 돌에 대한 생사(生死)를 아무런 말도 없이 손으로만 주고받으면서 대화를 한다. 병법을 배우는데는 역시 바둑이 최고라고 생각을 한다. 칼을 들고 병법을 배운다면 한번의 실수가 영원한 종말을 의미할지도 모르나 바둑은 사람이 피를 흘리지 않으면서 전투에서 벌어질 수 있는 수많은 변수를 생각하고, 그 변수를 극복해내는 방법을 연구한다. 그래서 대대로 일본의 무사들은 검술(劍術)을 배우면서 반드시 바둑을 배웠다.
  병법을 대변하는 바둑의 격언 중에 단비(斷臂)라는 말이 있다. 이 뜻은 위험에 처했을 때는 자기의 팔 하나를 버리고라도 목숨을 부지해야 한다는 중국의 고사인데 바둑에서는 두 개의 큰 돌이 상대방에게 포위되었을 때 어느 한쪽의 돌을 희생하면서 상대방을 유인하고 다른 한쪽의 돌을 살리는 바둑의 전술이다. 만약 팔을 하나 잃고 이 의미를 알았다면 그 사람은 너무나도 큰 희생을 치르면서 그 의미를 터득하였다. 그러나 우리는 바둑판이라는 작은 전쟁터에서 생명이 없는 무기체인 바둑돌을 통해서 큰 뜻을 배우고 있는 것이다. 얼마나 병법에 대한 효과적인 공부인가?
  포커를 치는 데도 병법을 알지 못하고는 절대로 고수가 될 수 없다. 따라서 바둑이나 역사책 그리고 병법책을 통해서 나름대로 싸움의 철학을 세워야 진정한 강자로 군림할 수 있지 않을까라고 생각을 해본다.

나는 포커도 수담(手談)이라고 생각을 한다. 서로가 실제로 치고 받고 싸우지 않으면서 상대방과 치열한 싸움을 한다. 그 싸움을 대변하는 형식이 바로 '베팅'이다. 바둑은 돌을 주고받으면서 대화하지만 포커는 베팅을 주고받으면서 대화를 한다. 따라서 포커에서도 말은 필요하지 않다. 그 베팅의 주고받음으로 모든 문제가 풀리고 해결된다. 따라서 베팅이 어떻게 말을 하고 있으며, 그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지를 모르고 있다면 그저 떠먹기 식의 돈놀음밖에 될 수 없다.  포커에서 의사표현 방법은 단 하나 베팅이라는 매개체를 통해서만 가능하다. 따라서 베팅을 잘 하는 사람은 훌륭한 언변을 가진 사람이라고 볼 수 있고, 상대방의 베팅을 정확하게 이해하는 사람은 상대방의 의사를 정확하게 읽는 사람이라고 보아야 한다. 결국 베팅에 대한 정확한 이해를 가졌다면 그 사람은 포커 판에서 벌어지는 모든 정보교환을 보지도 않아도 알 수 있는 통신수단을 가졌다고 보아야 한다. 그래서 그는 무적이며 승률 80% 이상의 고수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이제 베팅이 갖는 여러 가지 의미를 보자.

  ( 1 ) 베팅은 서로의 의사전달 수단이다  
  포커의 고수들은 자신의 목소리가 분명하다는 공통점이 있다. 즉 어떠한 상황에서든지  밋밋한 자세를 취하지 않고 본인의 의사를 분명하게 밝힌다. 그리고 자신의 목소리에 대하여 상대방의 의사는 어떤지 신중하게 경청을 한다. 그 의사전달 수단이 바로 베팅이다.
  그러나 하수는 본인의 의사표현을 제대로 못한다. 목소리를 높여야 할 때와 낮추어야 할 때를 전혀 구분을 못한다. 그리고 대부분 의사표현 한 번 제대로 못하고 패자로 전락하는 경우가 많다. 자신의 색깔을 분명히 하고, 게임의 일원으로서 당당하여야 하는데 항상 어깨가 쳐져 있다. 우리는 일상생활에서도 자신의 의사를 정확하게 상대방에게 전달하는 사람이 다른 사람들로부터 인정을 받는 경우를 종종 본다. 자신의 주장을 제대로 못 펴는 사람이 있다면 그는 결코 인생의 승자가 될 수 없듯이, 포커에서도 스스로의 의사를 상대방에게 전달하지 못하면 그 사람은 확실한 하수임이 분명하다. 그리고 서로의 의사전달 수단인 베팅으로 대화를 할 줄 모르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은 분명히 포커를 해서는 안되는 사람이다. 자신의 의사를 표출할 줄 알아야만이 상대방이 표현하는 의사표시를 정확하게 알아들을 수 있다. 상대방의 의사를 존중하는 사람은 자신의 의사표시를 전혀 하지 않는 사람이 아니라 스스로의 의사를 타인에게 표현할 줄 아는 사람이다.
  상대방의 베팅은 결국 상대방의 목소리이다. 그 목소리를 통해서 결국 상대방이 무엇을 요구하고 있는지를 알 수 있다. 때때로 복선이라는 형식을 통해서 우회적으로 표현되기도 하지만 분명히 베팅 속에는 상대방의 의도가 나타나게 되어 있다. 그 의도를 알아야만이 게임에서 이길 수가 있다. 그런데 상대방의 목소리에는 귀기울이지 않고 나의 목소리만 높이는데 주력하면 그 사람은 낭패를 본다. 자신의 말만 하고, 남의 말은 전혀 들어주지 않는 사람이니 포커 판에서조차도 패자로 전락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이치이다.  포커를 하면서 느끼는 점은 대부분 사람들이 자신의 목소리만 높이지 남의 의사를 철저하게 무시를 한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서 강공으로 상대방을 공략했고, 그 공략에 상대방이 콜만 하고 따라왔다면 이미 그 콜이라는 베팅형식을 통해서 상대방은 자기의 의사를 표현하고 있다고 보아야 한다. 그런데 상대방이 목소리를 낮추었다는 이유로 더 목소리를 높이다가 결국 상대방에게 덜미를 잡힌다. 이 역시 상대방의 목소리에 귀기울이지 않은 죄라고 생각한다.

  ( 2 ) 베팅은 상대방의 전력을 분석한다
  흔히들 상대방을 두드려 본다는 표현을 한다. 즉 베팅을 통해서 상대방의 의사를 물으면서 상대방의 전력을 탐색하고 있는 것이다. 고수들은 한결 같이 상대방을 두드려서 탐색을 한 다음에 상대방을 공격한다.  서로가 의사를 주고받아야 서로의 마음(전력)을 정확하게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상대방의 의중(전력)만 안다면 포커에서는 두려울 게 전혀 없다. 비록 상대방의 액면에 트리플이 깔렸다 하더라도 두려움 없이 싸울 수 있다. 왜냐하면 베팅 속에서 그 사람의 정확한 전력을 알 수 있었기 때문이다.
  전력을 분석하는데(6구까지) 가장 중요한 점은 과연 손에 든 두 장이 무엇인가이다. 그 두 장을 푸는 열쇠가 바로 베팅이라는 분석방법이다. 따라서 베팅은 어느 경우에는 싸움 이전의 치열한 정보전이라고도 할 수가 있다. 정확한 정보를 가진 사람이 전투에서 유리할 것은 두말할 나위도 없음으로 베팅을 통하여 상대방에 대한 정확한 전력을 분석하였다면 승리는 거의 손안에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상대방이 최선의 목소리로 대답할 수 있는 조건을 제공하여야 한다.  그 최선을 다한 목소리가 그의 최대의 전투력이라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상대방이 현재 자신의 전투력을 은폐하고 있는지 여부와 상대방이 지닌 최대의 전투력을 파악하는 베팅을 하였다면 그 베팅은 탐색전을 수행하는 베팅 중에서는 가장 칭찬받을만한 베팅이 된다.
  상대방 전력의 정확한 분석없이 벌이는 전투는 패배를 자초함으로 상대방의 전력에 대한 확신이 없으면 일단 싸움을 유보해야 한다. 상대방의 전력이 수면 위로 부상할 때까지 기다리든지 아니면 후일을 도모해야 한다.  결국 상대방의 전투력을 모르고 벌이는 싸움은 말 그대로 도박이며, 자신의 목숨을 운에 맡기는 어리석은 짓이라 하겠다.

  ( 3 ) 베팅은 돈이 되는 유일한 공격수단이다
  똑같은 카드를 주어도 고수와 하수가 얻는 전획물(판돈)의 차이는 크다. 그 이유는 고수가 효과적인 베팅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고수는 베팅을 잘 하는 사람인데, 베팅을 잘 한다는 의미를 항상 강공의 레이스만 구사한다고 생각하면 착각이다. 베팅을 잘 한다는 의미는 시기적절함과 동시에 강약을 조절할 줄 아는 베팅이라고 보아야 한다. 좋은 카드를 들고 상대방에게 너무 강공을 구사하여 상대방이 카드를 꺾었다면 결코 잘한 베팅이 아니다. 역으로 비록 낮은 투페어를 들었지만 하이-원페어인 상대방의 의도를 정확하게 읽어 강공을 구사하였고, 그 강공을 상대방이 콜을 하였다면 대단히 효과적인 베팅을 구사하였다고 보아야 한다. 결국 베팅은 시시각각으로 변한다. 사람 따라서 또는 액면의 모양 따라서 변해야 한다. 그래서 이러한 베팅이 최고의 기법이다라는 식의 논리는 없다. 단지 좋은 베팅이라면 상대방의 전력과 상대방의 의도를 정확하게 읽고, 상대방에 따라 강약을 조절할 줄 아는 베팅이지 않을까라 생각한다.
  베팅에 관한 설명은 여러 각도로 틀려지고 또한 포커 자체가 베팅에 관한 연구분석이라고 정의할 정도로 의미하는 바가 다양하다. 따라서 베팅을 바라보는 폭넓은 시각이 필요하다고 하겠다. 그 시각이 다양할수록 포커게임에서 전투력은 막강해진다. 참고적으로 나의 베팅은 상대방의 전력분석이 일차적인 목적이고, 그 다음이 공격력 활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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