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4월 4일 수요일

바둑이실전게임 전략= 급할수록 천천히

급할수록 천천히 가라.

게임이 잘 안 풀린다고 해서 지나치게 무리한 승부를 던져서는 절대 안 된다. 때론 운명이라는 것은 돌로 내리쳐도 바꿀 수 없는 법이다. 즉, 모든 것은 때가 있으므로 그 때를 기다려야 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건널목에서 기차가 지나가기를 기다릴 때와 같다. 아무리 급하더라도 달리는 기차에 돌진할 수 없고, 또 아무리 뒤가 급하다고 해도 바지에 볼일을 볼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타임(8시간)은 아직 멀었고, 가진 돈은 밑 빠진 독에 물을 붓 듯 계속해서 빠져나가고 있는 상황이라면 말이다. 물론 이렇게 끔찍한 상황이라고 해도 항상 방법은 있기 마련이다.
이런 비극적 운명에서 빠져나갈 방법은 다름 아닌 콧구멍을 파는 것이다. 콧구멍은 결코 이겼을 때 파는 게 아니라 게임이 잘 풀리지 않을 때 파는 것이다. 원래, 콧구멍을 파는 것은 이긴 돈을 지키기 위해 하는 일이 아니고 내돈을 지켜야 할 때 사용하는 현명한 방법이다.

물론 이보다 더 좋은 방법도 있다. 이 방법은 화장실을 가는 것인데, 뒤가 매우 급한 척하면서 나가서는 어딘가에 오래 전화를 걸어도 된다. 또 이것으로도 모자란다면, 하우스 측에 배가 고프다고 하면서 라면이라도 끓여 달라고 하면 된다(물론 천천히 먹는다). 즉, 이럴 때는 게임시간을 보내는 것이 가장 유리하다는 뜻이다. 이렇게 이래저래 시간을 보내고 나면 다시 천천히 테이블에 앉는다.

이렇게 해도 게임이 잘 풀리지 않는다면 화장실을 한번 더 가라(다시 배가 아프다고 하면서). 만약에 이처럼 계속해서도 게임이 풀리지 않고 계속해서 같은 상황이 발생한다면 그 날은 이미 틀린 게임이라고 보면 된다.

사실, 이는 어떻게 보면 매우 뻔뻔스럽고 얄밉게 느껴질 수도 있는 문제이다. 하지만 이것 또한 프로들중의 프로만이 할 수 있는 고도의 게임 기술이다. 실제의 게임에서 웬만한 선수(제법 잘 한다는 선수)들도 게임에서 패배를 하게 되면 열은 받는 법이고 따라서 억지로라도 게임을 풀어 나가기 위해 엉뚱한 짓(필요 없는 뺑끼)도 서슴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게임에서 진다고 생각될 때는 그것을 순순히 인정하고 깨끗하게 물러 날 줄도 아는 것이 진정한 갬블러이다.

위에서 나열한 방법은 사실, 게임 병법 36계의 마지막 부분이다. 즉, 도망가는 것은 결코 승부를 포기하는 치사한 방법이 아니라 게임이 잘 되지 않을 때는 충분히 쉰 다음, 다시 오겠다는 뜻이 담겨져 있는 것이다(다음날의행운을 기대하며). 그러나 일명 호구로 불리는 아마추어들은 대개 이럴 경우, 승부(진정한 승부)는 포기하고 마지막 순간까지도 자신이 가진 것 모두를 끝가지 쏟아 붓는다.

그리고 게임이 끝나고 나면 후회하면서날이 밝으면 똑같은 일을 되풀이하게 마련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들은 일명 호구라고부르는 것이다.보통의 프로들은 대개 오늘 100개(100만원)를 잃었다면 내일은 10개쯤만 찾으려한다. 즉, 한번에 모든 걸 걸고서라도 다 찾겠다는 게 아니라, 내일과 모레 또는 그 다음날에 걸쳐서 잃었던 나머지 90개를 찾으려 한다.

위에서도 밝혔지만 게임이란 원래, 오랜 시간에 걸쳐 천천히 하는 것이다. 이는 하루동안의 게임에서도 언제나 나쁜 카드가 나올 수 있듯이 평생의 게임에서도 나쁜 날이 있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따라서 게임이라는 것은 언제나 멀리, 그리고 길게 내다 봐야 승리가 있는 법이다. 그러니 오늘 당장, 반드시 이기려고 욕심을 내면서 무리하지 말고 게임 정석대로 순탄하게 임해야 한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